[스크랩] 곧은길이 굽은 길에게

곧은길이 굽은 길에게 / 이충무 어느 날, 굽은 길이 곧은 길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참 좋겠다." 곧은길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습니다 "뭐가" 굽은 길은 깊은 한숨을 쉬며 부러운 듯 말했습니다 "너는 굽은 곳이 없이 시원하게 뻗어있으니 뭐든 빠르고 편하잖아 사람들도 나보다는 너를 더 좋아하는 것 같고..." 그러자 곧은길은 정색을 하며 말했습니다 "난 네가 훨씬 더 부러운걸 너는 길이 굽어있으니 군데군데 풀잎도 자라고 낙엽도 모이고 눈도 쌓이잖아 내 길에는 오로지 빠르게 달려가는 사람들만 있으니 씨앗은 나오자마자 밟히기 일쑤고 낙엽은 떨어지자마자 사방으로 흩어져버려 사람은 많지만 삭막하고 외로워" 굽은 길은 그제야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땀을 흘리면서도 표정만큼은 환하게 빛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주님 굽은 인생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생길이 탄탄대로였다면 평생 앞만 보고 달기기만 했을 텐데 걷기도 하고 멈추기도 해야 하는 굽은 길을 주셨으니 덕분에 꽃도 보고 낙엽도 봅니다 이제 굽은 길 때문에 조금 늦어지고 뒤처졌다고 짜증 내고 한숨 쉬지 않으렵니다 길에는 언제나 끝이 있기 마련이고 그 끝에 도달하면 승자와 패자의 의미도 사라질 테니까요 - '사방이 온통 행복인데' 중에서 -

출처 :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글쓴이 : 다솜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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